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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 끌려가는 친구 모습에 눈물 흘리는 모란시장 누렁이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식용견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10월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을 찾았다.


5일 만에 열리는 장날인 만큼 모란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입구 정문 횡단보도는 사람들로, 도로는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들로 붐볐다.


모란시장에는 안 파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이 판매돼 많은 사람들도 활기가 넘쳐 보였다. 국내 여느 장터와 다를 것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요즘 '모란시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을 계기로 '개고기' 식용 논란이 다시 점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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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은 정문 기준 우측 편으로 건강원이 즐비하다. 


건강원 앞 붉은색 철제 우리 속에는 '식용견'을 비롯해 흑염소, 오리, 꿩, 토끼 등 보신용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식용견으로 끌려온 '누렁이'들은 한 평이 채 되지 않는 우리 속 한데 엉켜 있었다. 멍멍이들 특유의 활발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기 없는 눈빛에 갑자기 두려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 상인이 개 한 마리를 건강원 안으로 끌고 들어가자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찾아온 것이었다.


끌려가는 친구를 본 누렁이들의 눈가에는 촉촉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촬영을 위해 다가간 누렁이는 사람을 보고 두려워했다. 상인이 아닌 일반인이 다가갔음에도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며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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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의 누렁이들에게 세상 모든 '인간'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칼을 들었던, 카메라를 들었던 녀석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친구를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개고기 식용 반대를 외치는 동물보호 단체는 이 점을 강조한다. 


인간과 '감정'을 교류한 역사가 가장 긴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이 올바르냐는 질문인 것이다. 또한 이들은 상인들의 '비윤리적인 도축 과정'도 문제 삼고 있다.


물론 상인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를 하고 있으며, 닭·돼지·소도 있는데 "왜 하필 개고기 식용만 반대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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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북 모란시장 가축 상인회 회장은 "개고기 문화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우리의 고유문화며 지금도 많은 어르신들이 찾고 있다. 이를 무조건 없애라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고 세금도 낸다. 일반 상인들과 다를 것이 없는데, 단지 개고기를 판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개고기 반대론자와 찬성론자는 서로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를 어느 한 쪽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척결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명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누구 하나를 '죄인'으로 취급하거나 극단적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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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가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식으로 슬그머니 발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에서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현행 '동물보호법'보다 더 강력한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개고기 상인들이 반발하면서 시작 전부터 논란이 거세다.  


'보신 vs 혐오', '생업 vs 보호'라는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개고기 문화는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빠진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루빨리 개고기 상인들과 동물 보호 단체가 '성숙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타협점이 마련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