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검찰은 '황제 소환' 우병우를 절대 처벌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6일 검찰에 출두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은 처벌 받지 않을 자신으로 가득해 있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아무리 잘못을 해도 처벌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탈탈' 털어 법의 단죄를 받게 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집단이다.


서슬 퍼런 검찰청에 들어가면서도 우 전 수석의 목은 뻣뻣했고 질문을 하는 기자를 쳐다보는 눈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우병우 자신이 바로 검찰 출신이며, 바로 얼마 전까지 검찰과 국정원, 그리고 경찰 등 사정기관을 사실상 지휘했던 민정수석 출신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우병우 / 연합뉴스


게다가 '박연차 게이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했던 대검중수부 주임검사이기도 했다.


칼을 휘두르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국내 최고의 '경력'을 지닌 셈이다. 


그리고 아직 검찰청 안에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주요 보직에 있으며 살아있는 권력의 비호를 받는 실세 중 실세다.


그런 우병우가 검찰청에 들어가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종 사진을 찍은 조선일보 객원기자는 "우병우가 조사실에 들어서자 검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병우는 '황제 소환' 전부터 이미 자신이 처벌 받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사이트조선일보


오늘 국민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우병우라는 한 사람의 오만한 태도와 일부 후배 검사들의 비굴한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썩어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사법부의 모습에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비선 실세' 최순실이 대한민국 기업을 좌지우지해 수백억의 돈을 뜯어내고, 그 댓가로 법을 개정해 기업들의 숙원사업을 성공케 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단죄해야 할 사법부도 이 카르텔에 끼어 이익을 나눴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인 우병우는 그 정점에 있는 사람이었다.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 감독 업무를 담당한 우 전 수석은 사실상 사정기관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 능력을 비리의 최정점인 최순실 같은 사람을 막는데 사용하지 않았다.


도리어 우병우는 현재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2년 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이를 덮는 역할을 해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민정수석이 된 그다. 


현재로서는 우병우는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지만 우 전 수석을 '최순실 게이트'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검찰도 우병우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만한 조선일보 사진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자를 기소하지 않으면, 그 범죄자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막강한 권력을 지닌 검찰이 범죄자와 '한통속'이라면 범죄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없다.


우선은 처벌에 앞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지만, 검찰은 이번 일로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5일이 다 되도록 우병우 전 수석을 소환하지 않았다.


만일 그에게 범죄가 있다면 증거인멸을 하고도 남을 기간이었던 것이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성의를 보이지 않는 모습만 봐도 검찰이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인사이트지난 2일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대검찰청에 돌진한 굴삭기 / 연합뉴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검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검사들은 윗선의 지시에 따를 뿐'이라는 구태의연한 변명도 더이상 통해서는 안된다.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은 '독립제관청'이라 불리는 법적 '기관'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사에 대한 독립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에서 보듯 "대한민국 검사는 까라면 까는 것"이란 말이 더이상 통하는 사회가 돼서는 희망이 없다.


만일 이번 사태에서 검찰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이 확실해진다면, 국민들은 검찰에게서 '기소독점권'을 빼앗거나 다른 독립된 기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우병우의 웃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가장 추악한 단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우병우의 '추악한 미소'를 본 국민들은 "우리가 검찰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줬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검찰은 투명한 수사와 처벌로 추상같은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