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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오력을 하란 말이야!" 헬조선 청년들 열받게 한 포스코 광고

YouTube 'POSCO'


[인사이트] 박소윤 기자 =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철강산업의 선두주자 포스코가 '강철처럼 강한'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공개한 광고 속 문구다.


광고 속 청년들은 야근, 고된 아르바이트에 힘들어하고 춤을 추다 쓰러지는가 하면 링 위에서 주먹 세례를 맞은 뒤 넉다운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소위 이 시대의 '어른'이라 불리는 자들의 목소리가 등장해 이렇게 외친다.


"맨날 환경 탓, 남 탓. 노오력을 하란 말이야!"


광고는 청춘들이 갖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당당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비춰주며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 광고, 어딘가 불편하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실업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청년인 셈이다.


전체 실업자 수 또한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고용 빙하기가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종 경제단체는 2017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며 당분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지적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청년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그들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군말없이 '노오력'할 것만을 종용당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렇다면 청년들을 이 상황에 몰아넣은 '진짜 어른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과거 자신들이 일구어낸 '한강의 기적'을 떠올리며 청년들을 채찍질한다. 개인이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던 자수성가의 시대를 겪은 5060이다.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일자리 또한 넘쳐났다. 캠퍼스에서 술을 마시다 수업에 빠져도, 특별한 스펙이 없어도 그 세대의 청년은 적당한 곳에 취업해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엄마·아빠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IMF를 겪으면서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경제는 치명상을 입었다. 노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본격적인 양극화가 시작된 것이다.


명백히 어른들이 싼 똥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과거만을 떠올리며 청년들이 좁아진 문틈을 비집고 들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정면 돌파'에 실패한 청년들을 향해 '노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힐난한다.


물론 그들도 완벽한 '갑'은 아니다. 하루 15시간을 일하며 힘겹게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적어도 비슷한 아픔을 겪은 그들만은 청년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현실을 되물림했음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지 못했음에 미안해해야 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청년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높아진 실업률만이 아니다. 한국 특유의 단단한 계층 피라미드 구조 또한 문제다.


한국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으로 부자가 된 '상속형 부자'의 비율이 무려 62.5%에 달한다.


미국(25%), 일본(30%), 중국(2.5%)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로 그만큼 한국의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젊은이들은 '불행한 개미'보다 '행복한 베짱이'로 살기를 자처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는 금수저처럼 살 수 없으니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가 있다)'이라는 신조어도 이같은 맥락에서 생겨났다.


취업난과 불황,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불안한 청년들은 몇천원 수준의 화장품 구매와 인형뽑기 등 작은 소비를 통해 잠깐이나마 금수저가 된 듯한 만족감을 느낀다.


인사이트SBS '뉴스8'


대학교 졸업 후 2년 째 취업준비 중인 A(28·여) 씨는 저렴한 드럭스토어나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매니큐어를 색깔별로 구입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적은 금액 내에서 마음껏 쇼핑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A씨는 말한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최저시급을 겨우 넘는 월급으로는 해외여행이나 전시회 같은 '고급스러운 취미'는 꿈꿀 수조차 없다.


A씨는 이렇게 묻는다. "적당히 '노오력'해서 평범한 삶을 살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요?"


인사이트YTN


치열하게 버텨야만 살 수 있는 우리 사회는 잘못됐다. 그리고 버티지 못하는 청춘들을 질타하며 '강해지라'고 재촉하는 어른들은 더더욱 잘못됐다.


정부는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실질적 수치에 기반한 고용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등 청년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노동개혁을 위해 힘써야 한다.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고 어떤 단계를 거쳐가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통해 청년들의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이만큼 돈을 썼는데 효과가 없네? 그럼 올해 더 쓸게!' 식의 구호성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청년들 또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으로 한국 정부와 기성세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광화문을 뜨겁게 달궜던 12번의 촛불집회에서 '행동하는 민심'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깨달았다.


청년문제 해결도 이와 같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투표를 통해 젊은이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10년간의 어두운 정권을 걷어내고 새로운 미래로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난제를 타파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청년실업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국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다.


인사이트tvN '미생'


최근 귀국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 "해외로 진출해 어려운 곳도 다녀보라", "6.25 때 땅바닥에서 공부했다" 등의 발언으로 청년들의 빈축을 샀다.


반 전 총장과 포스코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하다. 힘든 현실도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그들이 진정 청춘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다면 적어도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을 해서는 안됐다.


찬물에 손빨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세탁기 두고 빨래판 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질책 대신 드라마 '미생' 속 장백기의 한 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오늘만큼 내 스펙이 부끄러울 때가 없습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았어요"


그의 말마따나 네 잘못도, 내 잘못도, 그대들의 잘못도 아니다. 고개 숙이지 말라.


박소윤 기자 sos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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